네이버 오픈캐스트: 대리편집 (Proxy) 혹은 개방 (Open) ?

네이버 오픈캐스트가 정식으로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클로즈드캐스트”니, “왜 네이버가 했다 하면 까기 바쁘냐”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네이버 오픈캐스트를 보면서 느낀 점은 포털의 편집권을 사용자에게 개방 (open) 했다기 보다는 위임 (delegation) 하는 것에 더 가까워지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 라는 점이다. 개방과 위임이 무슨 차이냐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한 번 둘러보자.

개방04(開放) 「명사」 「1」문이나 어떠한 공간 따위를 열어 자유롭게 드나들고 이용하게 함. 「2」금하거나 경계하던 것을 풀고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교류하게 함. ‘열어 놓음’, ‘열어 둠’으로 순화.

위임(委任) 「명사」 「1」어떤 일을 책임 지워 맡김. 또는 그 책임. ≒위기03(委奇). 「2」『법률』당사자 중 한쪽이 상대편에게 사무 처리를 맡기고 상대편은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

즉, 전자는 별도의 제약 없이 완전히 열어두는 것이고 후자는 일정 범주 내에서 정해진 일들을 대신 시키는 것 쯤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오픈캐스트가 개방이라기 보다는 위임에 가깝다고 보는 것인가? 바로 네이버 메인 화면의 오픈캐스트 섹션에 나타나는추천캐스트의 존재와, 그 추천캐스트의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추천캐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별도의 기준을 두고 선정하여 메인 화면에 노출시킨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 별도의 선정 기준이 무엇이고, 그러한 기준에 따라 이를 선정하는 자(者) 혹은 집단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추천캐스트를 선정할 떄의 기준이 구독자가 많은 기준인 것인지, 선정하는 집단은 별도의 사용자 풀을 선정해서 그들의 투표로 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픈캐스트 이전처럼 네이버의 담당자들이 선정해서 올리는 것인지 이러한 사항들에 대해선 오픈캐스트 웹사이트 및 관련 카페를 열심히 찾아봐도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해 명확한 언급이 없다면 외부인 (혹은 일반 사용자) 이 보기에는 네이버 내부적으로 검토한 다음 이를 메인 페이지에 올린다고 밖에는 볼 수 없을 터이고, 만일 네이버에서 추천캐스트를 선정한다고 했을 때 추천캐스트로 노출되는 오픈캐스트의 특정 발행분의 내용은 해당 오픈캐스트의 편집자가 등록한 내용 그대로 노출되더라도, 껄끄러운 내용이 담겨있는 경우 사전에 “필터링”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오픈캐스트는 런칭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지금까지 외부 컨텐츠를 아예 통째로 가져와 버리던 관행을 넘어 외부로 트래픽을 넘겨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서비스 자체도 개별 오픈캐스트에 대해 구독 기능이 제공되고, 사용자가 로그인 했을 경우 마이캐스트가 추천캐스트보다 우선해서 노출될 뿐더러, 이를 자신의 캐스트 관리 페이지에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므로 사용자에게 다양한 편의는 물론 개인화 (personalization) 의 수준을 높여주는 서비스임에는 틀림 없으리라.

하지만,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제공되는 기능의 10%도 채 안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픈캐스트 열독률이 얼마나 높게 나올 것이며, 실제로 오픈캐스트 구독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그 안에서 또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또한 구독하고 있는 오픈캐스트가 없을 경우에는 (당연히) 추천캐스트의 내용이 뜨게 되므로 오픈캐스트를 통해 의고하고자 했던 효과가 전체 사용자 풀을 놓고 봤을 때 얼마나 나오겠느냐는 부분도 뺴놓을 수 없겠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과연 오픈캐스트가 실제 “개방”의 효과를 가져오기 보다는 외부 컨텐츠를 대신 발굴해 오는 메인 화면 편집 “대리인 (proxy)” 의 무상 고용(?)이라는 결과를 낳지 않겠는가 라는 비관적 생각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오픈캐스트가 의도하는 높은 수준의 포털 메인 화면 개인화가 대다수의 사용자에게 적용되면 좋겠지만 말이다. (외부 컨텐츠의 제 3자 재발행에 따른 문제 역시 무시할 순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나을 듯 싶긴 하다)

  • 동감합니다. 오픈캐스트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큰 양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운용 과정에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밑밥 & 떡밥은...좀 거시기 하죠.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