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다음 아고라에서 간통죄를 형법에서 없애야 하네 마네 때문에 말이 많은 것 같다. (솔직히 뻔히 보이긴 했지만) 토론 참여자들은 죽어라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이슬람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쓸데없는 곁가지 논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 멋대로 결론부터 내자면 간통죄는 죽어야 마땅한 법이라고 본다. 왜? 호주제가 죽었으니까. 호주제가 죽으면서 사람들은 뭐라고 했나? 유교문화에서의 탈피를 선언하지 않았나? 근데 왜 여전히 유교적인 문맥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간통죄는 놓으려고 하지 않는가?

간통죄 얘기에서 왜 유교가 나오냐고? 사람들이 주고 받는 논박을 들여다 보라. 각자의 가치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동하는 것은 바로 “가정”에 대한 인식이다. 가정이 무엇이냐? 유교에서 “효(孝)”를 실천하는 가장 작지만 중요한 단위로써 가르치고 있는 것이 바로 가정이다.

이러한 바탕에서 논쟁을 들여다 보자. 간통죄를 폐지하자는 쪽에서는 결혼이란 민사의 문제, 즉 개개인의 계약의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고 간통죄를 옹호하는 쪽은 가정은 사회의 근본이기 때문에 간통이란 것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의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 사회라는 단어대신 국가라는 단어를 치환시켜도 반론 없을듯 싶긴 한데)

결국 간통죄라는 논쟁의 근원은 (아직까지는) 이 사회의 근본이라고들 믿고 있는 유교다. 몇년 전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어쩌고 하는 책도 있었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 말은 옳은 말이다. 유교가 살아 있는 한, 사람들의 사물에 대한 인식 하나하나가 바뀌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정말 유교를 죽이고자 할 마음이 잇다면 간통죄는 죽어 마땅한 법이고, 그렇지 아니하다면 호주제도 도로 되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이미 칼자루는 호주제를 나자빠뜨린 세력이 가져간 상태다. 자, 그럼 그 다음 움직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덧말: 근데 솔직히 좀 요상한 것은 간통죄에 대한 폐지 여론도 그렇고, 호주제도 그렇고 어느 순간 사법쪽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일사천리로 폐지하는 듯한 모양새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이 간다. 물론 그 전부터 수많은 인권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왔지만 모르쇠로 일관해 오던 그네들이었으니까.

이것도 정권 바뀌는 것이랑 연관되는 문젠가?

(이 글 역시 텀블러에 썼다가 옮겼다)

  • jef
    [semi] 그리고 간통죄 폐지론자들의 주된 논지는 너도 말한 것 처럼 형법으로써 다스릴 이유가 없다라는 것이지. 그 얘길 했던 것 뿐이야. 간통죄를 폐지하는 것은 "형사"이 아니라 "민사"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이야기지 "간통을 용인하자" 란 이야긴 아니었거든.
  • jef
    [semi] 남성중심을 소위 말하는 "가족"의 맥락에서 나는 이해했고, 그렇기 때문에 둘 다 그 "가족"이라는 끈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게 아닐까 라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이니 "내 나름에서는" 어느정도 논증을 하지 않았는가 라고 생각했었음.
  • 흠 -_-a

    우선 '호주제는 유교적 가치이다. 간통죄는 유교적 가치이다. 그러므로 호주제가 폐지되었으니 간통죄도 폐지되어야한다'는건 일단 논리적으로 잘못되어있어. 옳은 논증이라면 '유교적 가치를 지닌 법률은 폐지되어야한다. 간통죄는 유교적 가치이다. 따라서 간통죄는 폐지되어야한다'가 되겠고, 유교적 가치를 지닌 법률의 폐지를 주장함에 있어서 호주제가 하나의 예시로 등장하는게 논리적으로 맞겠지.

    두번째로는 간통죄나 호주제가 '유교적 가치를 반영하는 법'이라는 하나의 말로써 결정될 수 있는가가 역시 문제. 예를들어 호주제라면 가부장제도 들어있고 남성중심적 구조도 들어있지. 그건 유교사상의 일부분일 뿐이야. 따라서 호주제폐지에 있어서는 "남성중심적 사고를 반영하는 법률은 폐지되어야한다. 호주제는 남성중심적 사고를 반영한다 .... " 의 형식을 취하는게 조금 더 설득력이 높지. 남성중심적 사고는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가치라는 것이 현 사회에서 동의하는 부분이니까.

    간통죄는 유교적 사상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담고있는 '배우자에게 충실할 것'이라는 가치 자체는 아직 사회적으로 파기된 가치가 아니야. 인류사회 전체를 봐도 아직 유효한 가치라고 생각해. 그래서 호주제 폐지를 근거로 간통죄 폐지를 주장하는건 조금 무리가 있어. 간통죄가 위반하는 사회적 가치는 '사생활의 자유'쯤이 되겠지.
  • xerx
    알것같음. 생각해봐야겠다.
  • jef

    [xerx] 메일로 noty가 날아와서 바로바로 달고 있지. 여튼 둘 다 내가 얘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님.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나름의 순리대로 가자면" 이 것 아니면 저 것이라는 결과가 나와야 하지 않느냐 라는 의미였지.


    호주제는 때려잡아놓고 간통죄는 그대로 두자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고, 그대로 둘거면 결국 유교의 가치는 버릴 수 없다라고 인정하겠다는 얘긴데 그럼 호주제는 왜 버렸냐고 물어봐야 하지 않겠냐 라는 얘기였음.


    음, 궤변인가..

  • xerx
    실시간 답변이 달리는구나; 놀랐다;

    음.. 묻고 싶었던 것은 이거였어: 유교적 가치를 숭배하는 모든 제도들은 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교의 극단적 가치를 숭배하는 제도는 죽어야한다고 주장(이 경우 극단적이지 않은 가치는 긍정해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겠지)하는 것인지 말야. 내가 느끼기는 전자의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너무 극단적이라 내가 오해한건 아닌지 궁금해서.
  • jef
    [xerx] 호주제와 간통죄는 일맥상통 한다고 보기 때문에 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함. 결국 둘다 극단적으로 유교적 가치를 숭배하는 제도들이었잖아?
  • xerx
    부분적으로 죽이고 부분적으로 살리자는 의견에 열려있는 입장이라면 공감하지만 유교의 가치를 모두 배제하듯 호주제가 죽었으면 간통죄도 죽어야 한다는 건 좀 비약인거 같으.
  • jef

    [xerx]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지금처럼 이종 미디어 간의 교잡(?)이 일어나고 그를 바탕으로 이런저런 소통들이 일어나니까 뭔가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과연 머릿속까지 변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 말이지..

  • xerx
    트랙백타고 왔다. 어째 rss로 걸은 주소는 이상한 정보 모음 페이지로 연결되나 보네.

    "유교가 살아 있는 한, 사람들의 사물에 대한 인식 하나하나가 바뀌지 않을테니까."

    글쎄; 뜻하고자 하는 바가 이 문장 그대로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유교적 가치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모든 유교인들[좀 표현이 이상하지만]의 인식이 같아질거라고 보는것은 너무 극단적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공자의 말 부터 여러갈래로 해석되어 왔고말야.
  • 말미에 언급하신대로 이 문제 역시 시국적인 기류를 타고 없어지느냐, 유지되느냐 하는 판가름이 날 것 같은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드네요. 누가 지지하느냐, 그리고 누가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군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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