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씨 사태 보상?
직장을 옮기면서 전 직장에 우편으로 재직확인서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담당 직원은 집주소 앞으로 등기를 보내주었고, 일주일이 되도록 그 등기우편은 도착할 줄을 몰랐다. 하도 이상해서 역추적을 해보기 시작했더니, 기록상에는 이미 배달이 완료되어 있었고 수신자는 건물주로 되어있었다. 어리둥절해진 나는 건물주에게 물어보았더니, 자신은 그런 우편물을 받은 적도 없었고 받았다면 왜 내게 주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기 시작했다.
난처해진 나는 설마하는 마음에 담당 우체국을 통해 배달 담당자를 수소문 했고, 그는 “자신은 집주인에게 전달했노라” 라고 끝까지 주장하는 것이었다. 결국 유선 대질심문(?)을 거치고 나서야 그는 “집에 아무도 없어서 우체통에 던져놓고 임의서명을 했노라” 라고 실토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우리집에 찾아와서는 고작 한다는 소리가 현금 5만원에 해결볼 수 없겠냐고 들이밀기 시작했다. 황당하기도 하고, 기가 차지도 않아서 나중에 해당 우편물 분실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총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당신 명함이나 보내라고 하고 돌려보내버렸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그에게서는 소식이 없지만)
이런 비슷한 일을 SKT에서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
깊이 사과하는 뜻으로 응모내역이 공개되었던 분들께, 7만원 상당의 상품권으로 보상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응모자 여러분이 느끼셨을 정신적인 피해에 합당한 보상금이라 생각하지 않으실 수도 있으나, 유사한 사례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준비한 보상금이니 너그러이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토씨 담당자에게서 저런 내용이 담긴 메일이 한 통 날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대충 사죄메시지 하나로 때우려다가 아프게 똥침 한방 맞고 急결정을 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담당자가 바쁘고 거시기 하더라도 오후 9시 나절에 구구절절 써둔 메일이 날아올린 없을테고 말이다. (아님 담당자가 피말라서 퇴근 못하고 지금까지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거나)
그래서 답장을 보내려다가 위에 언급한 그 기억이 문득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사한 사례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준비한 보상금”을 강구한다는 말이 그때 그 담당자의 현찰박치기를 떠올려서 말이다. 물론 나한테 7만원이라고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사고 대상자인 2,500명에게 모두 변상한다고 치면 무려 1억 7천 5백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된다. 대행사의 말도 안되는 실수 때문에 공돈 2억이 허공으로 떠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7만원” 이라는 금액과 “상품권”이라는 보상 수단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실제 피해 당사자들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서 양해를 구하고 그에 관해 의견 수렴을 하려고 시도라도 하긴 했었는가? 어찌하여 우리가 이런 액수와 수단을 결정했으며, 이러한 것에 대해 의의가 있다면 어찌저찌하여 연락달라고 한 적 있었나?
지금이 3공, 5공 때와 같이 밀실정치 하는 시절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정해놓을 것 다 정해놓고 “이걸로 대충 마무리 지읍시다?” 라고 협박 아닌 협박하는 그런 고압적인 태도는 무슨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공돈 7만원 생기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내 개인정보 누출이라는 “사건”에 대한 보상금조로 지불되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면, 그 금액이 결정 과정과 “사고를 저지르고 돈으로 바르고 보자는 생각”이 너무나도 불쾌한 것이다. 금액이 얼마냐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가지가지 한다. SK Te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