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원래 스포츠에 문외한에 가까운 쪽이다 보니 (용어를 잘 모르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도 덜도 말고 “그냥” 문외한 일지도) WBC에 대해서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동원 훈련에 가서 꽤 관심이 생겼다 (사실, WBC와 다른 야비군예비군 아저씨들하고의 노가리가 유일한 낙이었다). 그리하야 경기를 보면서 – 국가를 막론하고 – 열심히 뛴 선수들이나 이런 저런 배경들에 대해서 막사 안에 굴러다니던 스포츠 신문 등을 “탐독”하면서 주워먹고 있는데, 그 어디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일본 괴물투수라는 “다르빗슈 유”의 정체.

정체라고 굵게 해 놓으니까 무지하게 대단한 의문이라도 품었다는 듯한 뉘앙스이긴 하지만, 여튼 얼핏 봐서는 잘 생긴 일본 사람같은데 왜 이름이 “다르빗슈 유”인지 굉장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렇다고 같이 야구보고 있는 아저씨들한테 물어보기에는 예비군들의 무시무시한 상대 탐색/평가능력이 너무 겁이 났다(!). 그래서 그냥 덮어두고 있다가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일본에서 자라고 일본 국적을 보유한 이란계 일본인 (Iranian-Japanese) 이란다. 정확한 이름 (full-name) 은 Yu Darvishsefad – 아버지의 성씨가 Darvishsefad이고, Yu(u)가 이름. (그의 이름 “유”는 한자로 有이고, 有를 일본에서는 살짝 길게 읽는다)

재밌는 것은 보통 일본인 이름에 외국어가 섞여 있는 경우 (그것이 예명이건 본명이건) 외국어 부분 만큼은 일본인들이 읽는 식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읽는 식으로 순화(?) 해서 쓰곤(用) 하는데, 다르빗슈 유의 경우에는 “있는 그대로” 다르빗슈 유 (ダルビッシュ 有) 로 쓴다는 점이다. Darvish라는 단어가 한글로 옮겨 써서(記) 읽기 어려운 편도 아니라고 생각도 되고.

그래서 좀 검색질을 해봤더니 (검색 시스템에서 후벼낼 수 있는 범주 안에서) 2004년 말 조이뉴스마이데일리였는데, 당시 조이뉴스에서는 그의 이름을 “다르비쉬 유”로, 그리고 마이데일리에서는 “다르빗슈 유”로 표기했다. 그 후 절대 다수의 미디어가 “다르빗슈 유”로 표기하다가 중간에 2006년 말 스포츠동아에서 “다르비시 유”라고 한 번 표기하기도 한다. 이 검색 결과들은 포털 뉴스서비스를 디벼본 결과인데, 혹시나 해서 한국언론재단의 KINDS까지 디벼봤음에도 불구하고 다르빗슈 유의 이름을 다르게 표기한 케이스는 이 두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KINDS의 경우 활자매체에만 국한되어 있다보니 “다르비쉬 유”로는 아예 검색 결과 자체가 없다고 나왔다)

결국, 결론을 내리기에는 데이터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냥 개인적으로는, 첫째로 이름이 아니라 성씨라서 그럴 수 있다는 점, 둘째로 우리에게 생소한 아랍식 이름이라는 점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렇다고 할지언정 뭔가 적당한 기준이 너무 부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렇다구.

잠깐 여기서 덧붙임 (22:08)

혹시나 해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인명에 대한 규정이 있는가를 찾아봤더니 일본의 인명과 지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이 있었다.

제 2절 동양의 인명, 지명 표기

제 3항 

일본의 인명과 지명은 과거와 현대의 구분 없이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이 규정대로라면, 아랍식 이름이지만 일본 국적을 갖고 있고 일본에서 자란 다르빗슈 유의 경우에는 “다르빗슈 유”라고 적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에도 부합하는 올바른 표기이다. 하지만, 영어식 이름와 일본 고유의 이름이 섞인 경우에는 일본 국내에서의 발음에 상관 없이 영어식의 발음을 그대로 따오는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지 좀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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