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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만원 결제 논란.

지난달 18일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내용이 약간 시차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모양인 듯 싶다. 신기한 것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는데, 도대체가 그 기자간담회가 어디서 열렸었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발표했었고 기자들이 질의한 내용의 유무와 그에 대한 임태희 의장의 답변 여부 등에 대한 내용은 아무데도 없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 정책 섹션의 정책위뉴스를 비롯해서, 임태희 의장의 홈페이지를 찾아봤지만 아무런 내용이 없다. 아니, 그 이전에 한나라당 소식 섹션의 오늘의 일정에서 18일자 일정에 오전 9시 최고·중진연석회의 참석 외에는 그 “기자간담회”라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 단 하나도 없다. 여당의 정책위원회 의장이라는 사람이 기자간담회까지 열어서 이야기 했다는 내용을 문서화 해서 보관, 공개는 커녕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 조차 한 줄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그 당시에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가 없잖아?)

여튼 이러저러한 기사들에 따르면 임태희 의장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1만원 이하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과도한 수수료로 원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신용카드 결제는 사실상 외상거래인 만큼 현금결제와 차별을 둬 선택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단다. 그에 따라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경쟁으로 다양한 영업전략이 나올 것”이라며 이중 가격 정책에 대해 시장에 전적으로 위임하겠다는 입장이고. 물론 이에 대한 여러 신문 기사들과 블로그 포스트에서 이러한 정책기조 하에서 법률 개정이 일어났을 경우 신용카드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가격정책이 일어날 것이란 상세한 예측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에 따른 반발들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나는 그보다 도대체 임태희 의장 이 양반이 뭘 바탕으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 배경 (혹은 문서) 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이미 개정법률안을 발의 해 놓은 상태에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부터 발의를 하겠다는 것인지를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설명하고 있는 기사나 한나라당의 브리핑 자료, 혹은 관련 보도자료 등은 아무리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내 검색 능력이 무지하게 뒤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거꾸로 나같은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은데..) 구체적인 내용을 더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고, 일단 일부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하반기부터 시행토록 할 방침” 이라는 식으로 보도가 된 바 있으니, 기존에 발의되어 있는 개정안이 있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이 내용을 보도한 다른 신문의 기사에서도 밝히고 있는 것처럼 신용카드와 관련되는 사안을 다루고 있는 법률이자 현재 시행중인 법률은 여신전문금융업법 (법률 제8863호, 2008년 2월 29일 시행) 이므로, 이 법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정보시스템의 최근 접수 법률안에서 검색해 보았다. 그 결과 신용카드 결제 거부를 금지하고 있는 제19조1항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유일”한 개정안은 1803067번 (2008년 12월 16일 제안) 뿐이었다. 이 개정안은 살펴 보면,

제안이유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제19조제1항은 신용카드회원이 결제수단 으로 신용카드를 제시하는 경우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 으나, 이는 ’97년도「여신전문금융업법」제정당시 소상공인의 탈세방 지 및 과표양성화를 목표로 정부가 추진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현재 직불(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제도가 법적 결제수 단으로 활성화 되어 있고, 가맹점의 입장에서는 수수료부담이 적은 직불(체크)카드 또는 현금영수증이 신용카드에 비해 더 비용절약적인 결제수단인 반면, 정부의 입장에서도 정책목표인 과표양성화 효과는 신용카드와 모두 동일하므로, 가맹점에게 다양한 결제수단 중 수수료 부담이 적은 결제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함.  또한 같은 법 제19조제3항은 신용카드가맹점이 가맹점수수료를 신용카드회원으로 하여금 부담케 해서는 아니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카드결제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은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소비자와 가맹점이 각각 부담해야 하고, 신용카드사용에 따른 실질적 수혜자는 카드회원임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가맹점에게 수수료를 전부 부담 하게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임은 물론 시장원리에도 위배 되는 사항이므로, 가맹점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에는 신용카드 이용자 보다 현금이용자에게 할인혜택 등 유리한 대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이와 같은 논거들에 의거, 현행 제19조제1항 및 제19조제3항에서 규정한 사항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시 처벌하는 제도 는 폐지하는 것이 타당함. (이하 생략)

라고 그 제안 이유를 밝히고 있으니, 임태희 의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개정안에 가장 가까운 것은 1803067번이라고 생각한다.

이 1803067번 제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구체적 개정안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개정 전

第19條 (加盟店의 준수사항)
①信用카드加盟店은 信用카드에 의한 거래를 이유로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거절하거나 信用카드會員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③信用카드加盟店은 加盟店手數料를 신용카드회원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개정 후

第19條(加盟店의 준수사항)
① <삭제>
③———————————————————————–. 다만,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부터 미묘해진다. 이 개정안은 임태희 의장이 논한 1만원 이하의 거래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를 통한 모든 거래에 대해 재화 및 용역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제19조1항의 폐지가 그 부분이다. 게다가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이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제안이유와는 달리 실제로는 현금영수증 발급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를 두도록 조문을 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아래 3항이 이에 해당한다.

즉, 임태희 의장의 주장과는 정 반대로 수수료로 인해 원가 감당이 어려운 1만원 이하의 거래에 국한되는 것도 아닌데다가, 신용카드 결제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현금 거래에 대한 인센티브성 이중 가격 정책을 허용하고자 하면서 정작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경우에는 신용카드 회원에게 결제수수료를 전가시켜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제로 풀어 본다면, 동네 편의점에서 5천원 어치 과자를 사려고 했을 때 신용카드로 결제하고자 한다면 정가 그대로 지불하게 되고, 현금으로 구매하게 되면 정가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는 얘기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이것도 정찰제로 운영되고 있는 소비재들의 경우에나 해당되는 이야기고, 음식점이나 부동산 중개업, 유지보수 서비스 등 정찰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거래의 경우에는 “사실상” 신용카드 회원에게 수수료를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낄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 제안의 제안이유에서 주장하는 신용카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이나 직불(체크) 카드 등을 통해 충분히 과표양성화 효과를 도입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좀 의아하다. 현재 직불(체크)카드건 신용카드건 결제시에 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물론 전자의 경우가 더 저렴하지만), 개정안은 물론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률 및 시행령, 시행규칙 그 어디에서도 직불(체크)카드의 거래 거부에 대한 허용, 금지,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금영수증의 경우 여신업무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여신전문금융법의 범주를 벗어나게 된다.

물론 조세특례제한법에서 현금영수증에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시행중인 조세특례제한법 및 시행예고된 법률을 비롯하여 제안된 개정안 그 어디에서도 현금영수증의 발급 거부시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규정이라고 내세울 만한 조항은 없다. 행정 조치를 통해 일정한 불이익 (조세특례제한법 제128호4항 세액감면배제 등) 그 이상의 처벌 등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처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약하지 않을까. (참고로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발급에 대한 의무는 「소득세법」 제162조의2제4항 및 제162조의3제5항,「법인세법」 제117조제4항 및 제117조의2제5항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처벌에 관한 사항은 조세특례제한법시행령을 참고토록 하고 있지만, 해당 시행령에도 처벌에 관한 구체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 개정안이 아닌 별도의 개정안이 제안되어 해당 제안을 바탕으로 입법 절차를 통해 공포할 수도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을 함께 정비하지 않고 이슈가 된 만원 이하 결제 부분에 대해서만 얼렁뚱땅 처리하고자 한다면 현재 제안되어 있는 1803067번 제안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물론 나는 법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현재 법에 대해 별도로 공부를 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내가 제시한 논거들이 완전히 틀렸거나, 혹은 중요한 부분들이 누락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법을 전공하거나 법조계에 종사하고 있으신 분이 보시게 된다면 이 글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해 주시리라 생각하고 말이다.

하지만, 설령 이 글이 그렇게 오류 투성이고 중요한 사안들을 놓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를 비롯해서 많은 이들이 한나라당의 이러한 입법 활동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명확한 사실 관계 정리를 통해 설득 활동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나라당이건, 혹은 그 지지자들이건 뒤늦게라도 그러한 구체적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에서 두려움을 무릅쓰고 끄적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