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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도 싫지만, 비로그인은 더 싫다?

얼마전 유투브의 “자발적” 댓글, 업로드 기능 비활성화가 큰 이슈가 된 이후로 강제적인 실명제에 대한 반대 여론도 함께 커져 나가고 있는 모양인 듯 싶어, 설령 그것이 인터넷을 열성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에 국한될지라도, 실명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나름 반가운 마음이다. 재미있는 것은 실명제에는 반대하는 여론은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명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는 분위기 (블로그나 게시판 등에서 댓글을 달 경우 닉네임 뿐만 아니라, 메일 주소 혹은 블로그 주소를 링크하는 경우 같은) 는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것 같다는 점이다. 물론 두 흐름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나는 실명제를 반대한다는 것은 “익명으로 내용을 작성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익명이라 함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댓글이나 게시물을 쓰려고 할 때 실명을 밝히지 않는 “대신” 이를 대체할 수단을 요구받는다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익명의 권리가 박탈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때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웹사이트의 링크 혹은 메일 주소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몰아 세우고 비난하는 행위도 그 연장선 상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일테고 말이다.

물론 완전한 익명 상태를 보장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고, 얼핏 봐서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악화일로같아 보여 참 우울하다. 또한 익명이 보장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댓글을 달 때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빈정대는 투로 댓글을 달게 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는 듯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익명 댓글을 막거나 비난하는 근거로 삼아서도 안되고, 이러한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함께 풀어나가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더더욱 올바른 것이 아닐까?

(사실 나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다른 이들과 별반 차이 없는 입장이긴 했지만, 입장을 바꾼 이유가 댓글 달리는 일이 별로 없어서는 아니다!)

구글의 줄다리기.

구글의 유투브 서비스 댓글을 달 때 실명인증 시키느니 댓글을 못 달게 하겠다는 구글의 폭탄선언이 꽤나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구글 한국 공식 블로그에는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Rachel Whetstone (Vice President, Global Communications & Public Affairs) 의 명의의 포스팅까지 띄웠다. 좀 긴 글이지만,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마지막 문단 딱 한 줄로 내용을 전부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신호인 것”.

근데, 왜 구글의 사업군 중의 하나인 유투브에 대해서는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구글이 어째서 자사의 가장 큰 사업 중 하나인 검색 엔진에 대해서 만큼은 정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 구글의 기준에서는 사용자 컨텐츠를 직접적으로 호스팅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침해당하는 꼴은 못보지만, 검색 결과를 필터링하는 것은 어느정도 용인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일까?

(이미 모두들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한) 구글은 2006년 중국에 지사 (Regional Office) 를 세우고 Google.cn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중국 정부의 필터링 요구를 수용한 바 있다. 이번과 똑같이, 하지만 성격은 정 반대인, 왜 자신들이 진출할 수 밖에 없는가(?) 에 대한 이유를 구구절절히 논하는 포스팅을 띄운 바 있다.

설령 필터링 된 환경이라 할지언정 구글 차이나 서비스를 런칭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이 포스팅은 “진출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좀 배알 꼴리더라도 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하고 있다. 왜? 전 세계의 자료들을 한데 모아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는 구글의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서. 

We ultimately reached our decision by asking ourselves which course would most effectively further Google’s mission to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useful and accessible.

그리고 재작년 구글 코리아는 (이미 국내 포털들은 한참 전부터 하고 있었기에 별로 화제가 아니 되었던 것 같기도 한데) 구글 한글 사이트의 성인 인증 시스템 도입에 대해서 큰 잡음 없이 (개인적으로는 “군말 없이” 라고 표현하고 싶은) 진행한 바 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자사의 SafeSearch와 더불어 성인 인증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무미건조한” 포스팅과 함께.

물론 기계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가공하고, 이를 사용자의 요청이 있을 때 불러내는 검색엔진과 사람과 사람이 직접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고 때론 부딪히면서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컨텐츠 호스팅 서비스를 단순히 같은 선 상에 놓고 비교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컨텐츠 호스팅 서비스에서 일어나는 그러한 상호 작용들 역시 검색 엔진의 크롤러에 의해 발견되고 인덱싱 되어 검색 엔진에 나타나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정말 두 서비스를 완전히 나누어 놓고 생각해야 하는지 내겐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다.

어찌됐건 이번 구글의 유투브 관련 결정 그 자체에 대해서는 씁쓸하지만 차라리 환영하는 입장이다. 극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과거 구글의 행적들과 이번 유투브 관련 결정을 비교해 보았을 때 과연 무조건 덮어두고 박수칠 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 tanato님의 포스팅에서 처럼 어쩌면 별로 재미를 못 보고 있는 유투브의 국내 서비스 철수의 절묘한 찬스로서 활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여튼 지금 머릿 속을 긁고 지나가는 두 단어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AdWords”와 “AdSense”.

유구무언.

워낙에 디씨건 루리웹이건 인터넷 대형 게시판들과 관계없이 살다보니 무지하게 정보가 느린 편이긴 하지만, 오늘에서야 그 문제의 “고아라” 사건에 대해 우연히 주워듣게 되었는데…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 뒷조사 해서 사이버테러를 감행하는 문화를 함께 즐기고,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듯이 배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정말 입이 있지만 할 말이 없어진다. 설령 “고아라”라는 사람이 왕기춘 선수를 욕하고 왕기춘 선수를 지지하는 이들에 대해 조소를 날렸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개인 신상에 대한 광범위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 (개인 사진을 배포하는 행위, 재학중인 학교 게시판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행위, 지인들에게 스팸메시지를 전송하는 행위) 으로 발전해서도 안되고,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이러한 행동들을 막아서고 비판했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것 아닐까?

도대체 이러한 사이버테러는 누구를 위해서 자행되었던 것이고, 이러한 행동이 누구에게 유익한 것이란 말인가? 물론 경거망동으로 상대 (DC인?) 를 유도한 “고아라”라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런 무분별한 언행을 꾸짖자고 이런 방법을 선택하는 것 역시 정당화 될 수 없다.

이번 정권이 쓴소리를 일삼는 인터넷 논객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오만가지 장애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과 지금 이런 행동들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